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안도현의 시.
오랜만에 산 시집을 읽다, 문득 떠올라 끄응대며 떠올리려 했지만 제목도, 내용도 생각이 나질 않아 한참을 답답해 하다 기어이 책장을 뒤적여 이 시를 찾아내었다.
시구절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 했지만 그 느낌만은 그대로 남아 이 시를 떠올리게 했다.
안도현 시인의 깊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 시는, 세상의 어떤 현상을 어떠한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차갑게 얼어가는 강물조차 어린 눈발을 받아주는 따뜻한 강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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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정유정 (은행나무,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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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년의 밤의 의미를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단번에 읽어갈 수 없는 내용들, 짐짓 지겨울 수도 있는 각 인물들 간의 세밀한 묘사. 갑작스런 상황의 전개.
처음엔 이건 뭔가 싶을 정도로 읽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췌 짐작할 수 없는 결말과 초반에 등장한 사형수에 대한 사연이 알고 싶어졌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한 원동력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느낌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소설을 읽었구나. 소설이라는 게 참 쓰기 힘들겠구나 라는 것이었다.

책 제목을 검색하면 화려한 수식어가 등장한다.
리뷰들을 읽으면서 내가 장르소설하고 잘 안 맞나 싶기도 하고, 내가 읽은 책이 그렇게 큰 소설이었나 싶다.
책을 받아들면 맨 먼저 몇 쇄를 찍었는지 확인을 하곤 하는데, 내가 산 책은 33쇄였다.
거창한 리뷰들을 읽고 산 독자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어떤 이는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 긴장감에 숨을 쉬기 힘들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조금 오버스러운 표현이 거슬렸다고는 했지만 그 세밀한 구성만큼은 좋았다고 한다.

앞으로 누군가가 이 책을 읽기 위해 리뷰를 말해달라고 하면, <7년의 밤>은 책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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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에서 느껴지는 의미는 내가 느끼는 그것과 같으리라.

인간은 고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고.

인간만이 고독을 느낀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허나 깊게 생각하지 말자. 고독은 그 자체로서 바라봐야지 그 원인을 찾아 파고들면 안 된다.

누군가에게 의지해서도 안 되며, 발버둥 쳐서도 안 된다. 깊게 숨 한번 들이마시고 나를 바라보면 된다. 그 뿐이다.

그리고 미간에 힘을 풀고 살짝 미소를 지어보자.

안녕, 고독.

모욕의매뉴얼을준비하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김별아 (문학의문학,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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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봉우리에 단풍빝이 아련하오. 다가가 만져볼 수도 없고, 가까이에서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도 없는 처지에서 그저 어렴풋이 눈가에 비쳐볼 뿐이오. 우리 나라의 단풍은 그야말로 자연경색 중의 절경이오. 그러나 오색찬연한 단풍의 아름다움이나 영롱함은 오로지 자유인만이 감지할 수 있는 미감이오. 세상의 멋은 자유인만의 향유물임을 절감하오. 그래서 자유가 소중하고 억제는 지탄을 받는가보오. 이제 단풍이 지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그러면 금세 눈발이 번뜩이면서 세상은 얼어붙기 시작하겠지.

  그러나 그것으로 세상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속에 바로 새봄이 잉태되어 있는 것이오. 인생도 마찬가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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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내가 시를 좋아하는 걸 알고 명인들의 시집 여러 권을 들여보내 주었지. 잘 읽고 있소. 당신은 어느 때인가 내가 써준 서투른 시 한두 수를 아직 간수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마 그때 무슨 예사롭지 않은 시상이 떠올랐나보오. 역시 흥에 겹거나 심란할 때는 시 몇 구절을 읊조리는 것이 제법 처방이거든. 오늘도 창공에 휘영청 떠 있는 한가위 둥근달이 나를 마냥 내려다보는 것만 같아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던 차에, 지난 석 달 동안 우리 서로가 망연자실 속에 잊음과 기다림이라는 딜레마를 피할 수가 없었던 요요한 일이 상기되어 이 한가위 깊은 밤에 '잊음과 기다림'이란 애틋한 단상이 다시 떠오르오. 그 단상은 시작으로 엮었으나, 글로 써서 보낼 수는 없소.
 

   나는 당신에게 인고의 쓰라림을 더이상 안겨주지 않기 위해 "나를 잊어주오"라고 단장의 절규를 한 바 있었지. 그러나 당신은 '기다림'으로 '잊음'을 멀리하겠다고, 정녕 기담 같은 큰 사랑으로 화답해왔소. 사실 하염없을 기다림이란 그 자체가 그리움이고 외로움이며 괴로움이 아니겠소?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단호하게 '기다림'을 택했소. 
 내가 받아 안기에는 너무나 고맙고 벅차며 죄송스럽기만 하오.

  오늘 우리가 애절하게 이야기하는 잊음이나 기다림은 우리의 운명적 만남에서 온 몸부림이 아니겠소. 이제 우리는 기다림으로 그 몸부림을 잠재우며, 만남의 그날을 위해 서로의 뜻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이오. 오로지 당신의 용단과 슬기, 희생에 의해 딜레마의 터널은 일단 벗어난 것 같소. 물론 우리 앞에는 기다림이라는 더 길고도 침침한 터널이 가로놓여 있기는 하지만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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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로부터의자유삶이더가벼워지기를바라는이들을위한안내서
카테고리 건강 > 운동/트레이닝 > 명상
지은이 누크 산체스 (샨티,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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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써야 합니다.

나는 가벼워 지고 싶은데, 가벼워 지기란 당최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쓰고 또 쓸 겁니다.

내 안의 자아에서 해방되는 그날까지.

그동안, 자아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정체성, 의지, 목표 등.

확고한 자아가 없이 유지하기 힘든 것들이죠.

그런데 이책에서는 자아를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삶을 가벼이 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서 말이죠.

그래서 좀 더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아는 어떤 것인지.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지.

굳은 신념으로 이 한 세상 살아가고자 했던 내 자신은 이제 없습니다.

얽매여 있음에 답답해 하며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는 요즘입니다.

가벼워 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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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무엇인가(유시민사인인쇄본)
카테고리 인문 > 철학 > 주제별철학 > 국가/정치윤리
지은이 유시민 (돌베개,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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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자유주의자, 사회민주주의.
유시민이 추구하는 가치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국가관을 책으로 펴냈다.

플라톤부터 베른슈타인까지... 상당히 많은 인물이 이 책에 등장한다.
각기 어떤 주장을 했는지 몇 번을 곱씹어도 헷갈린다.
분량에 비해 많은 것을 다루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유시민이 말하는 국가는 무엇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국가없이 행복하기 힘든 세상이다.
좋은 국가에서 좋은 삶이 나온다. 그렇다면 좋은 국가는 어떤 국가인가.

고대 국가론의 탄생에서부터 현대 복지국가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견해를 풀어놓고 있다.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정의는 누군가가 권력을 잡고 실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가란 기본적으로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으므로, 어떠한 목적(정의/선도 그에 해당)을 정하면 그것은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계한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다. 이 민주주의는 결코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다만 최악으로 갈 수 있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제도일 뿐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통해 훌륭한 국가를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훌륭한 지도자를 뽑기 전에 주권자 스스로가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성향을 가진 정당이 서로 연대하는 연합정치를 통해 점진적 개혁을 해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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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영은잘있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박인성 (삼우반,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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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쓰고 싶다.

단편을 쓰고, 여러 편을 하나의 문집으로 묶어서 책으로 낼 수 있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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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무명철학자의유쾌한행복론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전시륜 (행복한마음,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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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권의 책을 남긴 사람.
이라고 하면, 어떤 안타까운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대단치는 않았지만 즐거웠던 그의 삶을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나보자.
행복이란 결코 멀지 않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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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복과나비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프랑스에세이
지은이 장도미니크 보비 (동문선,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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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한쪽 눈만으로 쓴 이 책을 그저 얇은 산문집 마냥 가볍게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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