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대했다기 보다,
이번만큼은 꼭.
매번 보류해둔 그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진지하면서 차분하게 나에게 물었던 그 말은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뜨거운 것이 아닌 따뜻한 것이었기에
당신의 그 배려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약간은 어린아이처럼 느껴졌을 거라는 나의 말에
침묵의 미소를 짓던 당신.
결국 나의 마지막 말에 포옹을 허락하였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살다보면 누구나 품게 되는 그리움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우리의 기억,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때로는 이것이 우리를 힘들게 해도
때로는 이것이 우리를 아프게 해도
시간이 지나면 아련히 남게 되는 그리움
그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매 새해가 되면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이제 조금 있으면 그녀의 생일이구나
하는 것.
그것에 맞추어 무엇을 해주겠다는 생각은 해보질 않았지만
그것을 정확히 기억해 주겠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이것은 어쩌면 나의 강박관념 같은 것인데,
내가 무엇을 하기로 생각한 것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일종의 결벽증 같은 것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는 없는 것
오래된 친구 중
나를 지금도 설레이게 하는 유일한 친구
그녀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새로 시작하던 2008년의
나는 무언가 자신감이 넘치던 때였지
항상 긍정적이고
깊은 생각보다는
천천히 시간을 갖고 해나가고 있던 때였으니깐
그 때의 너는 밝은 모습과 어두운 모습을
같이 지니고 있었어
난 그것을
이해하고 최대한 곁에 있어주려 하였지
 

지금의 우린 어떠니
지금의 너는
현재의 모습에 어느정도 편안함을 느끼고 있니
지금의 나는
왠지 모를 적막함에
조금은 변화무쌍한 감정 속에
살고 있어
아마도 그때의 경험을
공유한 너와 이야기가 잘 될 것 같지만
지금 너는 조금 많이 떨어져 있구나
가깝지만 먼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타의적으로 켜지는 기억은 온몸을 찌릿하게 만든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어찌됐던 내 속엔 남성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 녀석들은 언제든 빈틈을 찾으면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온다. 결국은 나도 유전자의 명령 앞에 무력해지는 그저 그런 남성이 되고 만다.이보다 나에게 실망하는 경우가 또 있을까. 여하튼 나는 그저 그런 남자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감성이라는 게 있다. 욕망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순수함. 이 둘은 극단과 같아서, 절대로 공존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욕망과 순수가 번갈아 가며 지배하는 육신은 하나의 성격으로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어느 것 하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애초에 그렇게 모순된 존재다. 우리는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우리 인간에 대한 본질적 고민은 이미 수 천 년 전부터 고민돼 왔던 것이고, 현재 많은 고민의 흔적을 자료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어떠한 현상을 설명하는 학설이 탄생하면 그것과는 다른 방향의 학설이 나오고 또 다른 것이 나온다. 이것들을 두루 포섭하는 것도 나온다. 나는 이런 많은 자료를 공부하며 익히고픈 생각은 없다. 단지 내가 겪음을 통해 일깨운 것을 정리하려는 것 뿐이다.

남성 또는 여성, 여성 또는 남성의 순수함, 근본은 사랑이다.
사랑은 마약과 같아서 빠지기 쉽지 않지만,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그리고 그 끝은 허무함이다. 상처, 인내로 표현될 수 있는 사랑의 끝은 우리를 이기적인 존재로 만들기도 한다. 처음에는 어느 한 사람에게 빠져 그 순수함을 간직한 채 오래도록 사랑하게 되지만 몇 번의 사랑을 거친 이들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사랑을 나누어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첫 사랑에 대한 기억은 세월의 때를 묻히며 살아간 사람들에게도 잠시나마 감성에 젖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순수했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마음이 무력화되는 순간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안도현의 시.
오랜만에 산 시집을 읽다, 문득 떠올라 끄응대며 떠올리려 했지만 제목도, 내용도 생각이 나질 않아 한참을 답답해 하다 기어이 책장을 뒤적여 이 시를 찾아내었다.
시구절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 했지만 그 느낌만은 그대로 남아 이 시를 떠올리게 했다.
안도현 시인의 깊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 시는, 세상의 어떤 현상을 어떠한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차갑게 얼어가는 강물조차 어린 눈발을 받아주는 따뜻한 강물이 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완성되지 못 한 미완성이 주는 미학은, 애초에 그것이 하려고 했던 것보다 더 큰 것을 주는 데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의 끝에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덧붙여 우리만의 이야기를 완성해 갑니다. 나의 소망, 바램, 이상을 그 뒤에 붙여 길게 지워지지 않는 여운으로 남겨둡니다. 때로는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기억을 묻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는 추억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나는 아직 미완성입니다.
영원토록 미완성이고픈 삶이고 싶습니다. 어느 순간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삶은 생각하기 싫습니다.

당신은 나의 미완성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7년의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정유정 (은행나무, 2011년)
상세보기

제목 7년의 밤의 의미를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단번에 읽어갈 수 없는 내용들, 짐짓 지겨울 수도 있는 각 인물들 간의 세밀한 묘사. 갑작스런 상황의 전개.
처음엔 이건 뭔가 싶을 정도로 읽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췌 짐작할 수 없는 결말과 초반에 등장한 사형수에 대한 사연이 알고 싶어졌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한 원동력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느낌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소설을 읽었구나. 소설이라는 게 참 쓰기 힘들겠구나 라는 것이었다.

책 제목을 검색하면 화려한 수식어가 등장한다.
리뷰들을 읽으면서 내가 장르소설하고 잘 안 맞나 싶기도 하고, 내가 읽은 책이 그렇게 큰 소설이었나 싶다.
책을 받아들면 맨 먼저 몇 쇄를 찍었는지 확인을 하곤 하는데, 내가 산 책은 33쇄였다.
거창한 리뷰들을 읽고 산 독자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어떤 이는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 긴장감에 숨을 쉬기 힘들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조금 오버스러운 표현이 거슬렸다고는 했지만 그 세밀한 구성만큼은 좋았다고 한다.

앞으로 누군가가 이 책을 읽기 위해 리뷰를 말해달라고 하면, <7년의 밤>은 책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인생에서 해봐야 아는 것과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을 나눌 수 있을까.
배움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게 되므로써 우리는 일일이 수많은 경험을 하지 않아도 어떠한 것을 알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다만 그 간접경험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달라서, 꼭 해보라고 하는 것을 해버리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굳이 하지 말라는 것을 기꺼이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우리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원하지 않는 상상까지 갖게 되었는데, 이 상상력은 어떠한 경험을 해보지 않아도 마치 하는 듯한 기분을 갖게 해준다.
영화 '인셉션 '처럼 결국 꿈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있는 가 하면 그 꿈을 현실로 이루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지난 주, 부산, 진해, 봉하마을을 둘러보고 왔다.
몇 번씩 가본 곳이지만 그 때의 기억들과 내 안에 욕구를 분출하고자 기어이 찾아갔다.
다녀온 뒤의 기분은 그저 내가 상상하고 있는 것을 실행했다 라는 느낌밖에 남아있지 않다.
 물론 다른 특별한 하나가 있긴 하다.

기억.
난 그곳에 나의 기억을 남기고 왔다. 단순히 상상 속에서 느끼는 것으론 할 수 없는 일이다. 더불어 그 상상 안에 내 기억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기억이 주는 특별한 의미는 결국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그러니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기억을 추억삼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경험은 소중하다는 것이다.

좋은 경험, 아픈 경험. (물론 여기서 트라우마가 될 만한 경험은 제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