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은 것 같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독자 간담회에서 내가 했던 것은 그저 듣는 것뿐이었다.
참석자 대부분이 경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그 중에 한 참석자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분이었다. 그 한 분을 제외하곤 다 비슷한 연령대라 약간 낯선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본인의 소개와 더불어 질문을 내용을 들어보니 수긍이 갔다. 매우 궁금했을 것이다.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안에서 겪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것? 뭐 그런 것 같았다.

간담회를 하면서 장하준 교수의 포지션? 이념? 등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 속에서 진보를 추구하는 게 이 분의 생각이다. 흔히 얘기하는 중도 좌파.
우리 나라 복지제도의 후진성은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내가 좋아하는 분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분명 질문을 했을 텐데 2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아래부터는 간담회 중간 중간 메모한 내용을 기억에 근거하여 일문 일답 형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기울임 글꼴이 장하준 교수님의 말)

우리 나라 복지 정책에 대하여...

노동의 유연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당장 직장을 잃으면 재교육, 재취업 뿐만 아니라 당장의 생계가 걱정이다.
유럽도 비정규직이 있으며 결코 낮다고 볼 수는 없지만(그래도 우리 나라보다는 낫다.) 복지 정책이 어느 정도 뒷받침을 해주기 때문에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결국 우리 나라의 복지 수준이 낮아 노동의 유연성 또한 추구하기 힘든 꼴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공부 잘 하는 학생들 일렬로 세워놓고 앞에서부터 딱 잘라 의사, 사무관(사법/행정/외무) 시켜놓고 그 다음에 이공계로 가는 것은 참으로 문제다. 이런 직업 선호도가 IMF 이후 더욱 심화 되었다.
안정성만을 추구하다 보니 이렇게 되는 것인데, GDP 대비 복지 예산 비율이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국가에서 어쩌면 이와 같은 현상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사다리 걷어차는 문제가 참 궁금했다. 우리 나라는 사다리를 걷어찰 수도 있고, 차일 수도 있는 위치인데 최소한 준비는 해야 하지 않느냐? 거기에서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

우리 나라만큼 큰 변화를 겪은 나라는 없다. 일본 정도만 해도 봐줄만 하다 왜냐면 한 세대는 지나갔다고 볼 수 있으니깐. 그러나 우리 나라는 아직 그 세대가 그대로 있다. 50-60대가 젊을 때 우리 나라는 어땠는가?
지금의 중국이 듣는 소리를 듣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앞장서서 사다리를 걷어차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그러한 것이 없었으면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는지.
최소한 우리 나라만큼은 다른 선진국들이 하는 것처럼 안 했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의 상황은 조선, 반도체 몇몇 특정 분야가 세계 1위를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30~40% 수준이라고 본다.
선진국을 따라할 수준까진 아니다.

자본에 대해, 특히 삼성 공화국인 우리 나라의 상황을 빗대어...

현존하는 자본 중에 깨끗한 자본이 있는가? 왜 유독 우리 나라 기업에 대해서만 그렇게 반감을 갖고 있는가? 따지고 보면 자본은 힘없는 자들을 착취하면서 축적되고 온갖 불법이 자행되며 쌓인 것들이다.
이 부분에서 사회적(재벌과의) 대타협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우리 나라 기업들을 통제하기 위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인다고 생각해 보자. 그들은 과연 깨끗한 자본일까?
외국 자본을 무분별하게 끌어오다 보면 결국 손도 못 쓰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자본에는 국적이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현 자본 시장에 대하여...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돈으로 흥한 자, 돈으로 안 망한다. 세금으로 때워준다.
금융은 경계해야 된다. 금융을 위한 금융은 더 이상 안 된다. 파생상품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가? 그것을 만든 사람조차 예측할 수 없는 걸 왜 들여오려고 하는가? 절대 안 된다.
현재 외환 거래 규모의 1/100만 있으면 우리 나라 기업들이 1년동안 쓸 수 있다.
쉽게 말해 현재의 외환 거래는 99%가 투기성이다.


사다리 걷어차는 것과 연계하여 특허/지적재산권 문제

지적재산권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보는 곳 중에 하나가 제약회사이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만든 것이니 보호를 해 주는 것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보호해 주는 것 또한 하나의 특혜를 받는 것이 아닌가?
국가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맡긴 돈으로 대출을 해준다. 그러면 고객의 돈은 없는 것이다. 은행의 돈도 아닌데 그것을 이용하여 이득을 얻는다.
이것을 다른 분야에 그대로 적용을 해보자.

있지도 않는 것을 있다고 하고 그것으로 장사를 하면 무엇이 되는가? 바로 사기다.
이렇게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기술 발전을 위해서 조치한 몇몇 제도적 장치들이 그 기업을 유지시켜주고 동시에 국가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렇듯 국가는 자국 내 이익을 위해 보호를 해주고, 기업은 그 대가로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돈이면 도덕성도 사고 팔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것은 현실과의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힘들다. 도저히 바뀔 것 같지가 않다. 그렇지만 과거를 돌이켜 보면 역사는 반드시 진보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형식적이나마 정부 수립 이후 참정권이 평등하게 부여됐지만 그 당시에도 서방 국가 중에 그런 형식적인 것조차 없던 국가들이 있었다. 지금 민주주의를 외치며 설교하는 국가들이 그랬던 것이다.
힘들지만 바꿔야 하기에 이렇게 책을 쓰며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낙관론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기에 분명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