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충격과 비탄에서의 허둥거림을 그만두고 황소처럼 묵직하고 침착하게 앞만 내다보면서 걸어나가야 할 것이오. 하나하나를 새로이 출발하고 새로이 쌓아간다는 심정과 자세로 과욕이나 성급함을 버리고 천릿길에 들어선 황소처럼 쉼없이, 조금도 쉼없이, 오로지 앞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야 할 것이오. 느긋할 수밖에 없는 옥방에서 자칫 게으름을 예방하고 무언가 이루어내는 방도는 오로지 우직하게 우보천리(牛步千里)하는 것밖에 없소, 잔꾀에 한눈팔지 않고 속성(速成)에 현혹되지 않으면서 쉼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밖에 다른 길은 없소.

-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中에서.. 정수일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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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썼던 글을 뒤적이며 이땐 내가 이 책을 읽었었구나..
이 책은 몇 번을 되새김질 해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사형선고를 받은 당시에서부터 출옥 직전까지의 옥중편지를 담았으며,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에서 글쓴이의 절절함이 묻어난다. 때론 그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고, 섬세한 문체에 감탄하는..

석 달 전 쯤 정수일 교수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열린 조선"이 주제였다.
조선을 다시 보고 우리 것을 다시 보자. 라는게 강연의 큰 틀이었다.
언제 또 뵐 지 모르겠지만 당시 그 분의 육성과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그리고 싸인도 받기 위해 갔으나 뻘쭘함에 싸인은 포기하고 그냥 왔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커다란 석학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곧 우리의 수준이자 현실을 반증해주는 것이 아닐까..
어두운 새벽, 아침이 밝아온다는 확신을 주는 것은 이와 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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